안녕하세요. 나미팍입니다.
아가들이 잠든 집은 낮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낮 동안 쉴 새 없이 울리고 움직이던 공간이 저녁이 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집니다.
쌍둥이를 키우며 알게 된 건 하루의 끝은 밤잠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가들이 잠들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시간
저녁이 되면 아가들을 재웁니다.
한 아가는 방에서, 한 아가는 거실에서.
그래서 집 안의 불은 대부분 꺼져 있고 나는 불 꺼진 거실 한쪽에 앉아 잠든 아가들을 바라봅니다.
한 아가는 바로 옆에서, 한 아가는 태블릿 PC 속 홈카메라를 통해서.
혹시라도 아가들이 깰까 봐 리모컨도, 휴대폰도 쉽게 들지 못한 채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괜히 몸을 굳히게 됩니다.
쌕쌕거리며 잠든 아가들의 얼굴을 보면서 괜히 웃음도 나고 하루 종일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 보기도 합니다.
혹여나 중간에 깨지는 않을까 조금은 긴장한 채로 아가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조용한 거실에서 나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아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움직임도, 생각도 최대한 낮춘 채로 말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흐르는 생각들
몸은 분명 지쳐 있는데 이상하게도 바로 눕지 못하고 괜히 하루를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잘 버틴 날이었는지, 괜히 아이들에게 급한 말투를 쓰지는 않았는지, 울음을 재우느라 내 마음까지 조급해지지는 않았는지.
불 꺼진 거실에서 잠든 아가를 바라보며 하는 이 생각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반성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점검에 가까웠습니다.
예전에는 저녁이 되면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못한 것, 아쉬운 것, 부족했던 순간들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시터 선생님이 퇴근하고 혼자 오롯이 감당하고 있는 이 시간, 이 순간들이 어서 지나가 남편이 오기를 괜히 바라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속절없이 보내버리는 시간이 아까워 자기 계발을 한다며 영어 듣기를 틀어두던 날도 있었습니다.
저녁은 반성이 아니라 정리의 시간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저녁은 반성이 아니라 정리의 시간이라고.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아가들을 다시 한번 마음 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오늘 아가들이 웃었던 순간 하나,
잠들기 전 안기며 숨을 고르던 모습,
잠든 얼굴을 확인하며 마음이 놓였던 그 순간.
그 장면들만 떠올려도 오늘 하루가 완전히 실패는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
쌍둥이 육아에서 ‘잘 해냈다’는 기준은 생각보다 낮아야 한다는 걸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다치지 않게 지켜냈고, 하루를 무사히 넘겼고,
불 꺼진 거실까지 무너지지 않고 왔다면 그걸로 충분한 날도 분명히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저녁일지 몰라도 엄마에게는 온 힘을 다 써낸 하루의 끝이라는 걸 이 시간만큼은 인정해 주려고 합니다.
아가가 깰까 봐 숨죽여 앉아 있는 이 거실에서 나는 조용히 오늘을 마무리합니다.
곧 남편이 돌아오면 그제야 몸을 조금 풀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 이 시간은 나 혼자 하루를 버텨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쌍둥이 육아의 저녁은 숨을 고르는 순간이고 후회보다는 스스로를 붙잡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육아로 바빴던 일상 속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가들의 얼굴을 마음 편히 오랜 시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가들을 그저 오래 바라보기만 해도 이보다 더한 힐링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아가들이 뒤척이다가 잠에서 잠깐 깨어 울 때도 있습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래도 하루는 잘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저녁에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적어봅니다.
“오늘도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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