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미팍입니다.

육아휴직으로 하루 종일 아이들 곁을 지키다 보면 컨디션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눈치채게 됩니다.
14개월 된 쌍둥이 중 첫째가 며칠 전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로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처음 이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늘 겪던 콧물감기려니 싶었으니까요.
콧물, 약간의 미열, 코막힘까지는 여느 감기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틀째 밤부터 숨소리가 쒹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시기의 아기들에게는 호흡 상태를 가장 먼저 봐야 한다고 합니다.
목이나 코가 막혀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아래쪽 살이 쑥 꺼지듯 당겨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폐로 공기를 들여보내기 위해 아이가 힘겹게 애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직 기관지 굵기 자체가 가느다란 돌 무렵 아기들은 어른이라면 별일 아닐 염증에도 숨길이 훨씬 쉽게 좁아진다고 하니,
그날 밤 저는 아이 가슴께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서 RSV 검사를 권하셨습니다
소아과에 데려갔더니 선생님께서 RSV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예전에 아이가 입원했을 때 얼핏 들어본 이름이라 순간 걱정이 앞섰습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RSV는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2세 이하 영유아의 약 90%가 한 번은 감염을 겪을 만큼 흔하다고 합니다.
다만 흔한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어서,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나 미숙아, 만성 폐질환·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모세기관지염 같은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집에서 지켜볼 때 호흡 말고도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분유나 젖을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는지, 평소라면 반응했을 자극에 힘없이 늘어져만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라고 하셨는데,
저희 아이는 다행히 밥은 평소만큼 먹고 표정도 크게 처지지 않아 그 부분에서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니었지만, 전염력을 알고 나니 아찔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RSV에 대해 더 찾아보면서 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교묘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재채기나 기침으로 튀는 침방울은 물론이고,
아이 손이 닿았던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만지기만 해도 옮을 수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웠던 건 타이밍이었습니다.
정작 콧물이나 기침 같은 티가 나기도 전인 잠복 단계부터 이미 옮길 힘이 있고,
반대로 증상이 다 가라앉은 것처럼 보여도 일주일 가까이는 몸속에 바이러스를 남겨둔 채 배출한다고 합니다.
결국 눈으로 봐서 괜찮아 보인다는 것과 실제로 옮기지 않는 상태라는 것은 별개라는 뜻이었습니다.
유행 시기도 확인해봤는데,
국내에서는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퍼지다가 11월에서 1월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처럼 여러 아이가 함께 지내는 곳에서 손 씻기와 장난감 소독을 그렇게까지 강조하는 이유를 이번에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예방접종 이야기
이번 일을 계기로 RSV를 예방하는 방법이 최근 다양해졌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2024년 국내에 도입된 니르세비맙이라는 항체 주사는 한 번 접종으로 유행 시즌 내내(5~6개월) 보호 효과가 유지되고 입원 위험을 약 83% 낮춰준다는 자료를 봤습니다.
생후 8개월 미만 영아나 8~19개월 고위험군이 주요 대상이고,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9~10월 무렵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RSV 예방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는 아직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전액 비급여이고,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꽤 있다고 하니 다니시는 소아과에 정확한 비용과 접종 가능 여부를 문의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실비보험, 접종과 치료를 구분해서 알아두면 좋습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RSV 예방접종 자체는 비급여 항목이라 실비보험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면 실제로 RSV에 감염되어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게 되면,
그 치료비는 실비보험을 통해 80~90%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예방접종 비용'과 '감염 후 치료비'는 보험 처리 여부가 다르다는 걸 이번에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혹시 모를 입원에 대비해 진단서, 입퇴원확인서,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퇴원 전 병원 원무과에서 미리 발급 가능한지 확인해 두시면 나중에 한결 수월합니다.
등원은 언제부터 다시 가능할까요
열이 잡혔다고 곧바로 다음 날 등원시켜도 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열은 내려도, 몸속에서는 아직 며칠 더 바이러스를 내보내고 있을 수 있어서 기침이 잦아드는 걸 확인할 때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 여유를 두고 지켜보는 편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기준을 어린이집에 문의했는데,
원마다 요구하는 서류나 판단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어떤 곳은 부모 판단에 맡기고,
어떤 곳은 병원 소견서를 요청하기도 한다니 등원을 재개하기 전에 원과 먼저 소통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Q. RSV와 독감, 코로나를 증상만으로 구분할 수 있나요?
초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이 세 가지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유행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애매하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형제가 있는 경우 한 명이 걸리면 다른 아이도 미리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요?
증상이 없다면 굳이 미리 검사받으실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전염력이 강한 만큼 손 씻기, 장난감 소독 같은 기본 위생수칙을 더 신경 쓰시고, 콧물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콧물감기겠거니 넘겼다면 그날 밤 저는 아마 그냥 잠들었을 겁니다.
결국 저를 병원으로 이끈 건 콧물의 양이나 색깔이 아니라 평소와 다르게 들리던 숨소리 하나였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숫자나 증상 목록을 하나하나 대조하기보다 아이의 숨소리에 잠깐이라도 귀를 기울여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댓글